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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7-12 12:27
안녕하세요. 김태광 선생님.
 글쓴이 : 김태광
조회 : 44,902  
안녕하세요, 김태광 선생님.

 김태광 선생님의 ‘청춘아, 너만의 꿈의 지도를 그려라’를 무척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전 성공을 다룬 책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나 엄청 고생했는데 이렇게 성공했어, 하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선생님의 책은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그 책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제대하고 바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때려치우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죠. 당장 먹고 살 문제도 불안했지만 더 불안했던 건, 보이지 않는 미래였습니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길을 걸어야하는지, 아무 것도 분명한 게 없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는 건지, 늘 편한 것만 생각하는지, 자신에 대한 불만도 가득했습니다.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며 할 게 없던 차에, 서점에서 책이나 읽자, 하고 무작정 서점에 갔습니다. 그러다 진열대에서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되었고, 저는 그 자리에 서서 바로 다 읽어버렸습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짜릿했습니다.

 책을 읽고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1년 뒤에 죽게 된다면, 그 1년 동안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고,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것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저의 문제들입니다. 꼭 읽어주시고 조금이라도 조언을 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저의 첫 번째 문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겁니다. 가슴 뛰는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면, 밴드를 만들어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영화를 보면, 배우가 되고 싶고,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멋진 글을 읽으면, 나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복잡한 건, 그 모두에 대해 흥미뿐만 아니라 재능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제대하기 전엔 락(Rock)에 심취해서 꾸준히 기타 연습을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때, 주변에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노래 잘 부른다, 한국에 드문 목소리다, 하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자니 쑥스럽지만, 저를 솔직하게 드러내야 선생님께 좋은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쓰니, 제 자기 자랑을 너무 역겨워하진 마세요^^)

 

 제대하고 나서는 ‘팝 칼럼니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걸 좋아했고, 글 써서 상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그 쪽은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만큼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과 음악을 결합시킨 감각적인 수필이라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글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안 쓰고 있으면 뭔가 답답해져요. 그러다 글을 쓰고, 멋진 묘사를 하고, 예쁘게 문장을 다듬고 나서 제가 쓴 글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어릴 때부터 끈기 없고 집중력 없어서 많이 혼났는데, 글을 쓸 때만큼은 오랫동안 앉아서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러다 한 달 만에 다시 음악에 끌렸습니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란 사람이 있는데(여담이지만, 이 사람 얘기도 나중에 책에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견디고 밴드를 성공시킨 얘기가 절 자극했죠.

 그리고 ‘마이 케미컬 로맨스’란 밴드가 있는데, 그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제라드 웨이’는 24세까지 노래도, 기타도 아무 것도 안 하다가 어느 날 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밴드를 만들고, 지금은 아주 유명한 밴드가 되었습니다. 그 얘길 듣고, ‘그래, 나도 지금 아무런 재능이 없지만, 잘 할 수 있어’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멋진 음악을 만들고, 열심히 노래를 불러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세상을 좀 더 평화롭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고 싶습니다. 존 레논처럼 말이죠.

 그래서 과감하게 기타 학원에 등록을 하고 기타를 배우고 있습니다. 기타를 배우는 건 정말 재미있습니다. 낮에 일을 할 때도, 기타 생각을 하면 흐뭇해질 정도로요.

 얼마 전엔 직접 작곡한 노래를 녹음해서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비록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을 경험하긴 했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반응이 없어도 기뻤습니다. 소심한 제가 그렇게 연습실에서 목청껏 노래하고 사람들에게 공개했다는 게 뿌듯합니다.

 

 그러다 이번엔 배우가 되고 싶은 겁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책이나 영화를 보면, 단지 재밌다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의 상상을 더 덧붙여 그 속에서 놀았습니다. ‘삼국지’를 읽고 나서는 방 안에서 전투 장면을 상상하며, 긴 막대기를 청룡언월도로, 의자를 적토마로 상상하고 관운장 흉내를 냈죠. ‘스타 워즈’를 보고 나선, 청룡언월도였던 막대기가 광선검이 됐습니다. 얇은 여름 이불은 망토가 되었구요.

 제대하기 전에 꿈이 밴드였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전에는 배우 겸 감독이 꿈이었습니다. 신기한 게 ‘난 배우 겸 감독이 될 거야’라고 말을 했을 때, 모든 사람이 다 ‘어, 넌 그게 잘 어울려’라고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엄청 잘생긴 것도 아니고, 잘 나서는 성격도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하니 조금 신기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가 깊은 눈을 가지고 있고, 저만의 분위기가 있다고, 잘 될 거라고 그렇게들 말했습니다. 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저인만큼, 아부를 한 건 아니겠죠^^

거울을 보며 영화 주인공을 흉내 내고, 대사를 따라 하는 걸 자주 했습니다. 시나리오도 써봤구요. 그것도 또한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배우가 된다면, 많은 삶을 살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조폭도 되어보고, 검사도 되어보고, 축구 선수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개의 삶을 경험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열심히 영화를 찍다가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수많은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인종을 넘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제가 지금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와타나베 켄’이란 사람입니다. 일본 배우인데, 백혈병을 이겨내고 할리우드에 진출하였죠. 인셉션에도 꽤 비중있는 인물로 나왔습니다.

 일단 주중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주말엔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로써의 제 능력과 흥미를 시험해볼 생각입니다.

 

 예, 문제는 이 모든 게 한 달 사이에 일어난 겁니다. 한 달 동안 꿈이 세 번 바뀌었습니다! 물론 능력도 꿈도 없는 사람에 비하면 행복한 거지만, 꿈이 많은 것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딱 하나의 꿈과 재능이 있어, 거기에만 매달리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이걸 해라, 하고 골라주시진 않겠죠? 꿈이 많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러 개의 꿈 중에서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고 싶은데,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게 하기도 어렵구요. 저는 하나를 완벽하게 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겁니다.

 

 


 두 번째 듣고 싶은 조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지루한데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저는 지금,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작권 관리하는 곳에서 데이터베이스 보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앨범에 있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기입하는 일이에요. 지루하긴 하지만, 알지 못했던 좋은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아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도 편하고, 대우도 좋구요.

 하지만 이곳은 제 꿈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밴드를 하든, 글을 쓰든, 연기를 하든, 돈을 벌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고 있는 거죠.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굶어죽으면 꿈도 못 꾸잖아요^^

 그런데 이 일에 만족을 못하고 자꾸 그만두고 싶습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애초에 문제는, 저는 저 자신에게만 흥미를 느낀다는 겁니다. 남들이 저작권료를 잘 받든 못 받든, 남들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든 못 마시든,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기타를 얼마나 잘 치게 되는지, 노래를 얼마나 잘하게 되는지, 무슨 책을 읽는지, 얼마나 더 생각이 깊어졌는지, 그런 것에만 관심이 가게 되는 겁니다. 자아가 좀 강한 편이죠^^;;

 어떻게 마음먹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기자를 하시면서 글을 쓰셨는데, 기자로 일하는 시간에는 어떻게 버텼는지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입니다. 저희 집은 사실 좀 삭막한 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서 친근감을 느끼지 못했고, 따뜻한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저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을 찾고, 저에게 오는 비난에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위로는 적고, 비난은 많을 수밖에 없겠죠.

 어떻게 해야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위로를 바라지 않을 수 있는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을 읽으니 저 스스로도 좀 너무하다 싶네요. 재미있는 글도 아닌데 길구요. 하지만 선생님에게 조금은 매달리고 싶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좋은 책도 쓰셨고, 저보다 경험도 많으시니까 좋은 말씀해주실 거라 믿고 이렇게 긴 글 보냅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낸시간
: 2011-07-05 (화) 22:13:22 [GMT +09:00 (서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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